지난 10년간 글로벌 SaaS 시장의 주도권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쥐고 있었다.
Salesforce, Atlassian, HubSpot 같은 기업들이 B2B SaaS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도 SaaS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Freshworks, Zoho, Postman, BrowserStack 같은 이름은 더 이상 “인도에서 온 저가형 솔루션”이 아니다.
이제 그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Microsoft, Google, Adobe 같은 거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도를 SaaS 강국으로 만들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주는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인도 SaaS의 성장은 단순한 ‘저렴한 인건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밑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글로벌 인재 풀:
인도는 매년 수십만 명의 엔지니어와 컴퓨터 과학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중 상당수는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경험을 쌓은 뒤, 다시 인도로 돌아와 창업한다.
비용 효율성:
인도는 여전히 인건비와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다.
원격 근무 문화의 확산:
코로나 이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인도 기업도 글로벌 인재와 고객을 대상으로 쉽게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강력한 내수 시장:
인도 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B2B Saa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요소들이 합쳐져, 인도는 단순한 아웃소싱 국가에서 글로벌 SaaS 플레이어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인도 SaaS 기업들이 보여주는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1) “글로벌 친화형” DNA
Freshworks는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을 타겟팅했다. 제품 UI/UX를 글로벌 표준에 맞추고, 영어 기반의 지원을 강화했다.
Zoho는 인도 본사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 세계 180개국 이상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즉, 출발부터 글로벌을 전제로 설계된 기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2) “가격 vs 가치” 전략
인도 SaaS 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다.
하지만 단순히 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기능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제공하면서도 충분한 품질을 유지한다.
Postman이 API 협업 툴 시장을 장악한 이유도,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니라, 개발자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비용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3) 현지화와 유연성
Zoho는 각국 법률·세금 규제를 고려한 SaaS 버전을 제공한다.
인도 기업들은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고객뿐 아니라, 중소기업(SMB) 시장을 정교하게 공략한다.
“대기업 중심 SaaS”가 아니라 “모든 기업을 위한 SaaS” 전략이 글로벌 확장의 원동력이 된다.
미국 SaaS 기업들은 브랜드 파워와 자본, 그리고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인도 SaaS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한다.
저비용 고효율:
미국 SaaS가 비싼 엔터프라이즈 요금을 유지할 때, 인도 SaaS는 더 저렴하고 유연한 요금제를 제공한다.
신흥시장 공략:
미국 SaaS는 북미·유럽 중심이라면, 인도 SaaS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에서 강하다.
개발자 중심:
Postman, BrowserStack은 B2D(개발자 대상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다. 이는 미국 SaaS 기업들이 소홀히 한 영역이었다.
즉, 인도 SaaS는 단순히 “미국 SaaS의 저가형 대체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층을 열어젖히는 존재다.
물론 인도 SaaS에도 한계와 과제가 존재한다.
브랜드 신뢰도:
아직도 일부 글로벌 고객은 인도 SaaS를 “값싼 대안”으로만 인식한다.
규모의 자본 부족:
미국 SaaS는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받지만, 인도 SaaS는 아직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하다.
현지 지원 문제:
전 세계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고객 지원 및 로컬 파트너십에서 한계를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도 SaaS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신뢰 확보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제 인도 SaaS를 단순히 “미국 SaaS의 저렴한 대안”으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들은 이미 독자적인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리더가 되고 있다.
앞으로 SaaS 시장은 단순히 미국 중심이 아니라, 미국–인도–유럽 3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도 SaaS는 비용 혁신 + 개발자 친화 전략 + 신흥시장 공략이라는 무기로 반격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